[…] 열자가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하늘과 땅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하는 자도 잘못이지만, 하늘과 땅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자도 또한 잘못이다. 무너질지 무너지지 않을지는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둘은 같은 것이다. 살아서는 죽은 후를 모르고, 죽어서는 사는 것을 모른다. 올 때는 가는 것을 알지 못하며, 갈 때에는 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무너지는 것과 무너지지 않는 것에 대해 내 어찌 마음에 둘 것인가?』
[…] 향 씨로부터 일어난 일을 듣고 국씨가 말했다. 『아! 당신은 도둑질하는 도리를 그토록 몰랐단 말입니까? 이제 내가 당신에게 그 방법을 말해드리죠. 내가 듣건대 하늘에는 때가 있고, 땅에는 이로움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때와 이로움을 도둑질하였소. 구름과 비가 넓은 땅을 윤택하게 하고, 산과 연못이 산물을 키우니, 나는 그것으로 벼를 심어서 가꾸고, 나의 곡식을 불리면서, 나의 담을 쌓고, 집을 지었습니다. […] 도둑질이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무릇 벼와 곡식, 흙과 나무, […] 이들 모두 하늘이 키운 것이니 어찌 나의 소유이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하늘의 것을 훔쳤기 때문에 재앙이 없었소. 금과 옥, 진기한 보물, 금과 옥, 진기한 보물, 곡식, […] 및 기타 재화는 사람이 모으는 것이니 어찌 하늘이 준 것이라 할 수 있겠소? 당신이 그것들을 도둑질하여 죄를 지었다면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향씨는 크게 당황하여 국씨가 또 자기를 속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동곽 선생을 찾아가서 물었다. 동곽 선생이 말하였다. 『그대의 한 몸뚱이도 어찌 도둑질이 아니겠는가? 음양의 화합을 도둑질하여 그대의 생명을 이루고 그대의 육체를 이루었소. 하물며 그 밖의 물건이야 도둑질이 아닌 게 있겠는가? 진실로 그러하다면, 천지와 만물은 서로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이오. 그것을 알면서 그것을 소유하는 것은 모두 미혹된 짓이오. 국씨의 도둑질은 공도이므로 재앙이 없는 것이고, 그대의 도둑질은 사심이므로 죄를 지었던 것이오. 공과 사가 있는 것 또한 도둑질이요, 공과 사가 없는 것 또한 도둑질인 것이오. 아무도 육체를 소유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세상에서 가장 좋은 뜻으로도 없앨 수 없는 어떤 재산을 얻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한 도둑은 도둑질을 알지 못한다. 공을 공이라 하고 사를 사라고 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덕이니, 천지의 덕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도둑이고 또한 누가 도둑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