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해타산에 생각을 품으면서도 감히 입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은 원한을 숨기고 은밀한 욕망을 품는 것이기에 나를 곁눈질로 한 번 보셨을 뿐이라네」 「그 후 5년이 된 후에 마음으로 다시 옳고 그른 것을 생각하고, 입으로 이해타산에 관한 말을 할 때, 비로소 엄하신 얼굴이 풀리어 나를 한번 보고 웃으셨네」 「옳고 그른 것과 이해타산은 감각의 세계에 통용하는 고정된 원칙이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게 하고, 입이 원하는 대로 말하게 하며, 이를 억지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 내면과 외면이 하나 되는 것조차, 자아의 경계를 넘어 모든 표현을 삼가는 것보다 못하다. 그러나 이 첫걸음이 스승을 기쁘게 하여 웃게 하였다」 「그 후 7년이 지난 후에 변화가 있어 마음대로 생각하여도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줄 몰랐고 입으로 말해도 이해타산을 따질 줄을 몰랐다네. 그때야 선생님께서 나를 불러 같은 자리에 앉히셨네」
「문제는 마음을 어떻게 고요히 하여 생각이나 정신 활동이 없는 상태로 이끌고, 입을 어떻게 침묵하게 하여 오직 자연스러운 호흡만 이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정신의 완성에 자신을 맡기면 옳고 그른 것이 사라지고, 입이 자연법칙을 따르면 이해타산을 알지 못한다. 그 길은 일치하니 스승과 벗이 있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오직 그러되었을 뿐이다」 「그 후 9년이 된 뒤에야 마음대로 생각하고, 입으로 하고 싶은 대로 말하여도 나의 옳고 그른 것과 이롭고 해로운 것까지 모르고 남인지 나인지 모르게 되었다네. 또한 노상씨가 나의 스승인지 백고자가 나의 친구인지도 느낄 수 없어 안과 밖이 서로 섞이며 하나가 되었네. 그 후에는 나의 눈이 귀인 것 같고, 나의 귀가 코인 것 같고, 나의 코가 입인 것 같기도 하여 모두 한 가지 같았네. 몸은 모여 하나가 되고 형체는 얼음같이 풀어지고 뼈와 살은 녹아내려 몸 둘 곳과 발붙일 데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네. 나의 몸은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휩쓸렸으니, 공중에 떠다니는 마른 잎이나 나무껍질 같았네. 마침내는 바람이 나를 태우고 있는지 내가 바람을 타고 있는지 몰랐다네.
자네는 나의 문하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미 몇 번이나 나를 원망하고 있었네. 그래서는 자네 몸에서 손가락 하나도 기운을 받을 수 없고 다리 하나도 이 땅 위에 설 수가 없네! 어떻게 자네의 발이 허공을 밟고 바람을 타고 다니기를 바랄 수 있겠느가?」 이 말을 듣고 윤생은 부끄러워 숨도 크게 쉬지를 못하고 한참 동안 감히 말을 더하지 못했다. […]』
